한국인의 미국 비자 거부 사례로 돌아본 입국 심사의 변화
1996년 7월 한 교회 목사 사모가 미국에서 치를 부친 장례식에 참석하고자 주한미대사관에 긴급 비자를 신청했다. 초등교사인 언니는 비자를 받았지만 본인은 ‘직업이 없고 교세가 약해 귀국을 보장하지 못한다(불법체류 가능성)’며 거절됐다. 사모는 “남편과 두 딸을 버리고 돌아오지 않을 만큼 미국이 지상낙원이냐”며 분개했다. 당시 모 언론사 독자투고란에 실린 내용이다.
1996년 7월 한 교회 목사 사모가 미국에서 치를 부친 장례식에 참석하고자 주한미대사관에 긴급 비자를 신청했다. 초등교사인 언니는 비자를 받았지만 본인은 ‘직업이 없고 교세가 약해 귀국을 보장하지 못한다(불법체류 가능성)’며 거절됐다.
사모는 “남편과 두 딸을 버리고 돌아오지 않을 만큼 미국이 지상낙원이냐”며 분개했다. 당시 모 언론사 독자투고란에 실린 내용이다.
97년 7월 미국 상원의 한국 비자면제법안 관련 청문회에서 나온 비자 거부 사례를 보면 서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누이가 신청한 관광비자가 발급이 거부됐다.
모 그룹 사장 딸과 미 기업 한국 지사장 아들도 비자가 거부됐다. 이유가 각각 ‘불충분한 재원’, ‘훌륭한 학생이 아니어서’였다.
‘농부철학자’ 윤구병씨는 충북대 교수 재직 시절인 94년 미 교회 초청으로 미국을 가려다가 대사관 직원과 실랑이 끝에 눈앞에서 비자발급 통지서가 찢기는 수모를 당했다. 운동권 학생은 이념서적을 거쳐, 일반인은 비자 면접에서 반미의식이 싹튼다고도 했다.
비자 없이 90일 이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가입한 게 2008년이었다. 인적 교류에 있어 동맹국 국민다운 대접을 받은 게 20년이 채 안 된다.
그러나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허들이 다시 높아지곤 했다. 2019년 8월 미국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이유로 ‘2011년 3월 이후 방북한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금지했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과거 반미 시위 탓이란 얘기가 있지만 이후 미 방문 전력이 있어 기준이 모호하다.
일반인의 미국 비자 거부율도 지난해 24.73%로 전년 대비 약 10% 포인트나 뛰었다. 이웃 일본, 심지어 미국과 가장 큰 갈등을 빚는 중국도 거부율이 낮아진 마당이다.
한·미 관계 이상신호를 정부가 놓쳐선 안 된다. 비자 환경이 30년 전으로 돌아가면 동맹이라 할 수 있겠나.
Z.Ryu--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