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호르무즈 기여는 국익·국민 동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퇴임을 앞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이 역할을 해야 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파병 여부와 방식은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 안전과 군사 대비 태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국제법을 지키며 기여해야 하고, 정부 방침이 정해질 경우 국민적 동의와 국회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퇴임을 앞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이 역할을 해야 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파병 여부와 방식은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 안전과 군사 대비 태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국제법을 지키며 기여해야 하고, 정부 방침이 정해질 경우 국민적 동의와 국회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 장관은 9월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미국의 요청이 있더라도 먼저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국민 생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 문제 역시 국익에 기반해 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유로운 통항과 국제 질서의 안정을 위해 한국도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실질적인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어떤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한국군의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기여 수준을 정할 때도 군사 대비 태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비전투 역할이나 비전투 자산 활용 등을 언급했다. 한국군이 해협 일대에서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중동 정세와 현지 상황이 안정되는지를 주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개인적 견해도 밝혔다. 정부의 파병 방침이 이미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파병 반대 여론과 국회 동의 문제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수행하는 과정이라도 반드시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하며 국회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 자체를 파병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이재명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인 안 장관은 64년 만의 문민 장관으로 취임했다. 12·3 내란 이후 국방부 수장 자리가 7개월여 비어 있던 상황에서 군 지휘와 문민 통제에 바탕을 둔 개혁을 맡았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그는 1년 2개월 동안 장관직을 수행하며 국민적 기대와 역사적 책임을 함께 의식했다고 돌아봤다. 재임 중 보람과 어려움이 모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으로 임명된 그는 국민이 문민 통제와 군 개혁에 보내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의식했다고 밝혔다. 재임 기간을 돌아보면서 역사적 상징을 가진 자리에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 왔다고 설명했다. 군을 지휘하는 일과 더불어 내란 이후의 지휘체계와 제도를 손질하는 작업을 함께 수행했다는 것이다.
안 장관은 국방부 내 문민 출신 인력의 비율이 높아진 것을 주요 성과로 들었다. 보좌관과 차관보뿐 아니라 실·국장, 과장 등 여러 직급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12·3 내란을 청산하는 작업도 문민 장관이었기에 수행하기가 상대적으로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군 조직 개편에서는 국군정보사령부 개편, 국군방첩사령부 해체,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꼽았다. 특히 방첩사의 인물 세평과 동향 보고 기능을 완전히 없앴다고 밝혔다. 기존 기능은 국방방첩본부와 국방보안지원단, 국방부 조사본부 안보수사단 등 세 기관으로 나눠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방첩사의 세평과 동향 보고가 그동안 권력을 위해 활용됐다고 평가하며 해당 기능의 폐지에 의미를 부여했다. 기능을 한 조직에 모아 두지 않고 세 기관으로 분산한 개편이 상호 견제의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내란 연루 군인에 대한 징계 과정에서는 인간적인 고뇌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속하고 강도 높은 처리를 요구하는 여론과 법률·절차에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 출신 후임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데 대해서는 문민 장관 체제가 이어지지 않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후보자가 군 내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개혁의 방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목표연도 도출과 3군 사관학교 통합을 들었다. 안 장관은 올해 하반기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를 정하는 일을 재임 중 끝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후임 장관이 이를 매듭짓고 자주국방의 기반을 갖추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 준비에 대해서는 한국군이 20년 동안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 정부의 전환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안 장관은 2022년 완전운용능력(FOC) 평가 뒤 이듬해까지 검증을 마쳤어야 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검증이 미뤄져 4년 만에 다시 진행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가 FOC 검증과 목표연도 설정을 함께 추진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전환을 위한 기본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하반기 SCM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작권 환수로 동맹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한·미 미래연합사령부와 양국 군이 함께 편성되는 산하 6개 구성군사령부를 통해 긴밀한 지휘체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임 중 한·미 관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평가도 내놨다. 헤그세스 장관과 수시로 연락했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과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실질적인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차관,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 미국 상·하원 의원단과의 접촉도 이어왔다고 말했다.
사관학교 통합은 갑자기 제기된 구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 정부에서도 필요성이 논의됐으며 진보와 보수 정부를 거치며 축적된 과제라는 설명이다. 육·해·공군이 구분 없이 다영역 작전을 수행하는 미래전에 대비해 합동성을 강화하고 교육 효율성을 높이려면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8월 공청회가 파행한 것과 관련해서는 추가 공론화 여부를 후임 장관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군별 정책설명회와 여러 세미나·공청회가 열렸다는 점을 들어 자신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후임 장관에게는 전작권 회복과 사관학교 통합 등 주요 현안을 국민에게 성실하게 설명하고 설득하며 개혁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차기 장관이 내란을 종식하고 국민의 군대를 재건하는 문민 장관의 역할을 이어받아 주요 개혁 과제를 진전시키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자신에게 제기된 병역 의혹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법적 절차를 통해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복귀 이후에는 재임 중 끝내지 못한 일을 돌아보며 당 중진으로서 필요한 시점에 국방 현안의 방향을 짚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의원직과 장관직의 차이를 두고는 국회의원이 질문을 던지는 자리였다면 장관은 인내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C.Nam--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