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예산 국비 비중 10.7%… 노후 장비·현장 안전 개선 요구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6년 뒤에도 소방예산의 국비 비중이 10.7%에 그치고 개인보호장비 10개 중 4개가 내용연수를 넘긴 것으로 나타나 안정적인 재원 분담과 현장 안전 개선이 요구된다.
소방청이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과 과태료 수입 일부를 ‘119구급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경찰과 소방 간 재원 배분 논쟁이 불거졌다. 지방재정 의존도가 높은 소방의 재원을 확충하려는 취지지만, 경찰 현장에서는 과태료 부과에 따른 부담은 경찰이 지는데 소방이 수입을 사용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정된 공공재원을 어느 기관과 업무에 배분할지는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정치적 과제다. 소방 재정 확충 필요성이 경찰과의 갈등으로 나타난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몫을 명확히 정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방 재정 문제는 국가직 전환 논의 때부터 예상됐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2018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뒤 국가의 소방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그러나 신분만 국가직으로 바뀌고 예산과 인사 구조가 달라지지 않으면 실질적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2019년 5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홍익표 소위원장이 2022년 이후 충원되는 인력의 비용도 정부가 책임지는지 묻자 신열우 당시 소방청 차장은 추가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식은 후속 과제로 남았다.
국가직 전환 6년 뒤인 올해 소방예산 8조5967억 원 가운데 국비는 9238억 원으로 10.7%다. 2021년 14.9%보다 비중이 낮아졌다. 소방청의 ‘2026 소방장비통계집’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개인보호장비 6종 가운데 38.9%가 내용연수를 초과했다. 장비 10개 중 약 4개가 교체 시기를 넘긴 셈이다.
일선에서는 인사권과 예산권을 지방에 둔 채 신분만 국가직으로 전환돼 조직 운영이 복잡해지고 지역별 여건 차이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적인 국비 지원 없이 지방재정 상황에 따라 장비와 인력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장 지휘와 안전관리 문제도 반복됐다. 지난 4월 12일 전남 완도의 저온창고 화재에서 내부 진화에 투입된 박승원 소방경과 노태영 소방교가 불길에 고립돼 순직했다. 유족은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소방청은 7월 인명 구조가 필요하지 않은 화재에서는 외부에서 확산을 막는 방어적 진압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 경기 부천 공장 화재에서 김진석 소방위가 다시 순직했다. 3층 작업자들이 모두 대피했고 내부에 인화물질이 있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현장 지휘부는 공격 진압 방침을 유지했다.
순직 소방관에게 1계급 특진과 훈장이 추서되고 정치권과 고위 관료가 조문하지만, 예우가 살아 있는 동료들의 안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국비와 지방비 논쟁을 넘어 현장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분담 방식, 장비 교체 계획, 위험 정보에 따른 진압 원칙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W.Sim--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