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언론 비판과 정책 설명 책임을 짚은 국민일보 칼럼
국민일보에 실린 칼럼은 대통령이 비판해도 부사 생략은 보도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현실 지적한 취지는 이해되지만 언론 탓 많아지는 모습 아쉬워 정부 할 일은 구체적, 효과적 대책 만들어 국민 설득하는 것
국민일보에 실린 칼럼은 대통령이 비판해도 부사 생략은 보도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현실 지적한 취지는 이해되지만 언론 탓 많아지는 모습 아쉬워 정부 할 일은 구체적, 효과적 대책 만들어 국민 설득하는 것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이 부사를 뺀 제목을 붙여 왜곡했다면서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27일 제46회 국무회의에서 생산적인 공공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개발하자고 독려한 발언이었다.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어제 제가 농민분들하고 대화를 하다 보니까 참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막 그러던데, 어쨌든 농업을 우리가⋯. 농업이 뭐 축산업 어업 할 것 없이 살려야 되잖아요, 국가안보전략상. 그런데 이게 지금 계속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거고. (네 그렇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 불러다가 (고용)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되고 전부 다 송금해버리고 그러니까 그럼 또 다른 문제도 생기는데. 역시 일자리 확보 차원에서 말이에요.”
언론이 이 대통령 발언을 보도하면서 ‘크게’라는 부사를 뉴스의 제목에서 생략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도움이 안 된다’는 말과 ‘도움이 크게 안 된다’는 말은 크게 차이가 있다고 했다. 틀리지 않은 말이지만, 언론 보도 과정에 그 정도의 생략은 용인돼 왔다. 이번 발언에도 ‘국가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말 뒤에 ‘전부 다 송금해버리고 그러니까 그럼 또 다른 문제도 생기는데’라는 표현이 있다. ‘전부 다’라는 부사까지 생략하지 않고 정확하게 따지자면,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틀렸다. 국가데이터처와 법무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보고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외국인의 총소득 대비 지출은 생활비가 37.3%로 가장 많고, 국내외 송금은 25.5%였다. 저축(15.4%)과 주거비(11.9%) 지출도 합치면 송금액보다 많다. 물론 170만명의 외국인 중 32만명인 비전문 취업자, 즉 육체노동자의 경우 소득 대비 송금액 비율이 56.5%로 훨씬 높지만, ‘전부’는 아니다.
“전부 다 송금해버리고”라고 언급했다고 상식적으로 월급 전액을 모국에 보낸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되고’라고 언론이 표현했다고 해서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라고 생각할 사람도 없다. 효율적인 제목을 위해 부사나 형용사를 생략해도 언론보도 원칙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이해되는 면이 있다. 과거에는 육체노동자의 일자리를 늘리면 지역경제 부양 효과가 컸다. 경제위기 때마다 정부가 건설업과 농촌 경제 살리기에 나선 이유다. 이런 일자리 대부분을 외국인이 맡으면서 경제 승수효과가 크게 낮아졌다. 대통령 발언의 취지도 이런 맥락이었으리라.
실제로 여러 나라들이 이 문제를 고민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건설·조선·집안일 등에 이웃 동남아 노동자를 대규모로 고용하는데, 외국인 고용 부담금을 높이고 있다. 중동 산유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 노동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은 외국인 체류세를 징수하고 있다. 중남미 노동자들의 유입이 어마어마한 미국에선 올해부터 1%의 송금세를 도입했다. 우리도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경제 기여도를 높일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는데, 이 대통령이 언론 탓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기회를 놓친 셈이다. 정치인 발언 때문에 논란이 벌어지면 언론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정부에서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했다는 방송 보도를 징계한 사건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언론탄압을 자행한다면 결국 국민에게 버림을 받고 좌초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권이 바뀐 뒤 올해 3월 징계는 취소됐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나 경기지사 시절에도 언론과 정면으로 부딪친 경우가 많았다. 소수파 정치인으로서 변화를 추구하다 언론의 비판을 받으면 기득권과의 대결이라고 생각하고 물러서지 않았다. 정치인 이재명을 둘러싼 수많은 부정적인 보도를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그런 싸움닭 같은 면이 대통령까지 오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언론 탓이 많아지는 모습은 아쉽다. 정권의 언론 탓이 잦아지면 기자들은 나라를 걱정한다. 정권이 자신감과 책임감을 함께 잃지 않은가 싶어 그렇다. 더구나 이번 발언은 부사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을 더 키울 위험까지 있다. 이럴 때 정부가 할 일은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만들어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언론에 불평할 때가 아니다.
E.Yeon--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