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란 팬클럽이 보여준 골프 응원 문화의 품격
상대 선수의 버디에 뜨거운 박수 승부 떠나 아름다운 라운드 완성 골프는 ‘신사 스포츠’로 불린다. 신사들만 즐기는 특권층의 운동이라는 뜻이 아니다. 플레그러면서는 물론이고 대회를 관전하는 팬들까지 모두가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는 엄숙한 불문율을 담고 있다. 지난 25일 전남광주 해남군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명승부뿐만 아니라 갤러리들의 관전 태도가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 무대였다.
상대 선수의 버디에 뜨거운 박수 승부 떠나 아름다운 라운드 완성 골프는 ‘신사 스포츠’로 불린다. 신사들만 즐기는 특권층의 운동이라는 뜻이 아니다.
플레그러면서는 물론이고 대회를 관전하는 팬들까지 모두가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는 엄숙한 불문율을 담고 있다. 지난 25일 전남광주 해남군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명승부뿐만 아니라 갤러리들의 관전 태도가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 무대였다.
대회 2라운드에서 유해란(사진)이 멋진 이글 퍼팅을 성공시키자 갤러리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열기가 꽤 길어지자 유해란은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다른 선수의 플레이를 방해하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놀랍게도 그 순간, 환호는 삽시간에 고요함으로 바뀌었다.
잠시 후 동반 플레그러면서였던 로렌 코글린(미국)의 버디 퍼트가 홀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팬들은 유해란에게 보냈던 것과 다름없는 뜨거운 박수와 함께 “코글린 파이팅”을 외쳤다.
전혀 예상치 못한 한국 팬들의 응원을 받은 코글린은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승부를 떠나 아름다운 라운드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지나치게 열광적이지 않으면서도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는 관전 태도는 골프 대회를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만든다. 비록 유해란이 4타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으나 그와 팬들이 보여준 성숙한 모습은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유해란의 팬클럽 ‘써니란이’의 이름은 유해란의 이름 ‘해(Sunny)’와 ‘란’을 조합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핑크였던 팬카페 컬러는 올해 메이저 대회 우승 때 상의 색상인 옐로로 바뀌었다.
수많은 회원 수를 자랑하는 거대 팬덤 속에서 이번 대회 현장을 지킨 회원은 상대적으로 소수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준 품격 있는 관전 태도는 한국 골프 문화의 성장을 여실히 증명해줬다.
하지만 모든 현장이 이렇게 아름다운 건 아니다. 일부 몰지각한 관전 태도는 골프의 진정한 가치와 품격을 훼손하며 보는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의 샷 결과가 좋을 때 환호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다른 선수에게 방해가 된다.
더 큰 문제는 동반 선수가 아직 홀아웃을 하지도 않았는데 썰물처럼 그린을 대거 이탈해 버리는 이기적인 태도다. 이는 선수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저버리는 행위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라이벌 선수와 동반 플레이를 할 때 그를 향해 인격 모독성 발언이나 야유를 서슴지 않는 목불인견의 모습도 있다. 이런 무례하고 이기적인 팬덤은 어린 선수들을 보호하기 목적으로서라도 경기장 출입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이번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 순위 상위 15위 선수들이 총출동했기 때문에 지난해 대회보다 많은 갤러리가 운집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관람객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상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경기장 분위기를 흐리는 일부 성숙하지 못한 팬덤의 부작용도 한몫했다.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명승부를 직관하기 목적으로 현장을 찾은 팬들이 눈살 찌푸려지는 장면을 마주할수록 그들이 다시 골프장을 찾는 발길은 뜸해질 수밖에 없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미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은 과거 갤러리의 응원이 선을 넘어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을 잃을 때마다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선수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응원과 야유는 다르다” “상대 선수가 샷을 할 때 기본적인 매너를 지켜 달라”고 호소한 일화는 골프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현재 국내 골프 산업은 시련기를 맞이하고 있다. 골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예전만 못해 젊은층의 신규 유입이 급감한 반면, 60세 이상 연령층은 파크골프로 대거 발길을 돌리는 추세다.
진정으로 골프를 사랑한다면 내가 응원하는 선수 못지않게 필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동반 플레그러면서들을 함께 아껴야 한다. 선수는 매너로 경기를 빛내고, 팬들은 성숙한 에티켓으로 그 무대를 완성할 때 비로소 골프는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정대균 기자 golf5601@kmib.
V.Bae--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