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거시장 압박 속 커지는 실수요자의 부담
요즘 서울의 주택 관련 지표를 들여다보노라면 절로 나오는 탄식이다. 매매든 전월세 시장이든 할 것 없이 곡소리가 사방천지여서다. 자산가가 집결한 강남 일대나 신흥 고소득자가 몰린 한강벨트의 비명은, 그들이야 억울하겠지만 돈 좀 있는 이들의 엄살이라 치자. 서울 직장인 평균 월급으로 그나마 접근 가능했던 서울 끄트머리에서 앓는 소리가 훨씬 크다.
요즘 서울의 주택 관련 지표를 들여다보노라면 절로 나오는 탄식이다. 매매든 전월세 시장이든 할 것 없이 곡소리가 사방천지여서다.
자산가가 집결한 강남 일대나 신흥 고소득자가 몰린 한강벨트의 비명은, 그들이야 억울하겠지만 돈 좀 있는 이들의 엄살이라 치자. 서울 직장인 평균 월급으로 그나마 접근 가능했던 서울 끄트머리에서 앓는 소리가 훨씬 크다.
이런 동네는 전세든 월세든 씨가 마른 지 오래다.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산다’는 두려움에 빠진 이들이 부모 돈을 끌어, 살지도 않는 곳 은행창구까지 원정 방문해 가며 집을 사들인 통에 아파트 가격은 더 올랐다.
몇 주 새 상승폭이 조금 꺾였다지만 워낙 비싼 값이라 거래가 멈춘 것에 가깝다. 서민들이 아파트 대신 고르던 빌라는 이제 대안이라 불리지도 못한다.
‘닥치고 공급’이라는 정부의 구호는 시장을 지배하는 공포에 묻힌 채 메아리로 맴돈다. 지난해 가을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대변인이 골라준 첫 질문이 부동산 대책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고, 나름의 소신과 계획이 있었다고 짐작해도 무리는 아닐 테다. 돈이 고여 썩어가는 부동산으로부터 첨단산업으로, 일상 경제활동으로 ‘금융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답은 설득력이 있었다.
“수요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투기적 투자유인으로 부동산 취득하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공감도 받았다. 지도자가 우리 사회의 근원적 문제를 열심히 고민했고, 또 이대로는 안 된다 결심했다는 건 사뭇 고무적이기까지 했다.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있었을지언정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그렇게나 이상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4위를 찍던 시절이라 더 그리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날 이전부터도 이 정부 관료들의 입에서는 ‘실수요’ ‘실거주’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짐작건대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가격을 과하게 끌어올리는 투기수요를 걷어내고, 정말 그 집에 살아야 하는 ‘진짜’ 수요자만 남기면 적정한 시장가격이 형성되리란 논리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게만 작동하지 않았다.
서울에 살아야만 하는 실거주 수요자들의 또 다른 이름이 ‘세입자’이기도 했기 데 따른 것이다. ‘주택의 금융화’가 극한에 이른 한국의 금융시장에서 ‘대투자의 시대’를 맞아 넘치게 풀린 돈이 결국 서울 아파트로 몰릴 것은 많은 이가 예상한 결과였다.
‘실수요 시장’을 만든다는 이유로, 하필 그런 때에 서울에 거주가 필요한 이들을 일제히 매매시장으로 내몬 일에 나는 무책임이라는 단어 말고 다른 수식을 찾기 어렵다. 사실 그들이 보호한다고 그리 강조한 ‘실수요’란 뭉뚱그려진 개념이다.
집이 필요한 이들 각각의 이해관계란 수많은 층위로 나뉜다. 예컨대 같은 세입자라도 서울 내에 집을 살 돈이 있는 사람, 그렇지 못해 계속 세입자로 살아야만 하는 사람의 계산은 같을 수 없다.
전자는 불안한 전월세 시장에서 벗어나려 매매 시장에 뛰어들어 집값을 더 올려놓지만, 후자는 그렇게 오른 가격을 감당 못해 매매를 포기한 채 서울 밖으로 밀려난다. 집을 내놓는 다주택자나 다른 집으로 이사 가는 실거주 1주택자, 세를 사는 비거주 1주택자 역시 들여다보면 같은 분류 안에서도 셈법이 다르거나 이익이 충돌하기도 한다.
같은 이름 아래 묶는다 해서 같은 양태로 움직이리라 쉽게 가정하는 건 정책적 실수라기보다 지적 태만이다. 시장 불안의 이유를 전 정부에만 돌리는 목소리가 벌써 들린다.
‘폭등의 시한폭탄’이란 표현의 적절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상당 부분 맞는 말일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에 살 이유가 절실한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의 콜로세움에 내몰려 승자 없는 혈전을 벌이고, 그럴 자격조차 못 갖춘 이들은 아예 경기장 밖으로 내쫓긴 데 관해 과연 현 정부의 책임이, 통치자의 책임이 없을까.
‘다주택자가 세 놓던 집을 팔면 세를 살아야 할 수요도 줄고, 그렇게 매물이 늘면 전월세 가격도 안정된다’는 게 대통령의 호언장담이었다. 불행히도, 어쩌면 당연히도 시장은 그런 단편적인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비슷한 실패를 반복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보다 많은 이의 삶이 실제로 나아질 길을 모색하려면, 내놓았던 말의 의미와 고민의 깊이부터 되짚어야 한다.
P.Yeo--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