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이 남긴 67년 연기 인생…국민 아버지로 이어진 발자취
배우 최불암은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를 비롯해 연극·영화·방송을 넘나들며 67년 동안 대중과 함께한 국민적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배우 최불암의 67년 연기 경력에서 MBC 드라마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1971년부터 18년 동안 방송된 한국형 수사물 ‘수사반장’에서 정의감 있는 박영한 반장을 연기했다. 1980년 시작해 22년간 이어진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 역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최불암은 2007년 출간한 에세이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에서 ‘수사반장’을 연기의 초석, ‘전원일기’를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끈 날개라고 표현했다.
연기 활동은 무대에서 시작됐다. 1959년 실험극회의 ‘햄릿’으로 데뷔한 그는 1965년 국립극단 단원이 됐다. 연극인으로 남겠다고 생각했지만 KBS 드라마 ‘정동마님’에 출연한 배우 김민자에게 첫눈에 반해 가까워지고자 1967년 KBS 특채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1970년 결혼해 아들과 딸을 뒀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노역을 자주 맡았다. 20대에는 ‘수양대군’에서 노년의 김종서를, 40대에는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에서 80대의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했다. ‘그대 그리고 나’, ‘여명의 눈동자’, ‘영웅시대’, ‘궁’, ‘식객’ 등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고 ‘빛과 그림자’, ‘영자의 전성시대’, ‘바람 불어 좋은 날’,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영화에서도 활동했다.
최불암은 국민 아버지로 불렸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다. 1939년 그가 태어난 직후 아버지는 임시정부에서 일하던 동생을 찾아 중국 상하이로 갔다가 6년 뒤 귀국했다. 최불암이 초등학교 2학년일 때 아버지는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본명 최영한과 달리 ‘불암’이라는 이름은 큰아버지가 아버지와 같은 운명을 겪지 말라는 뜻으로 지어줬다.
그는 아버지의 역할을 알지 못한 채 성장했지만 ‘전원일기’를 하며 아버지가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김 회장을 통해 마을 사람들을 품고 청년들을 격려하며 용기와 지혜를 건네는 느티나무 같은 어른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불암은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1999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인의 밥상’을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했다. 1990년대에는 그를 소재로 한 단편 유머집 ‘최불암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그는 방송이 닮고 싶은 인물을 보여주며 시대를 이끄는 문화적 버팀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훈장 목련장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 등을 받은 그는 국민이 힘을 내고 내일로 나아가는 데 보탬이 된다면 남은 힘을 모두 쏟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말했다.
P.Hwang--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