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국정조사 부른 ‘명태균 게이트’ 잇단 무죄 판결···‘정치자금’이라는 경계와 모호성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권한 남용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당과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 파기환송, 대법관 재제청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권한 남용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당과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 파기환송, 대법관 재제청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근래 오세훈 서울시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일은 국정조사 추진의 ‘방아쇠’로 작용했다.
수천만원을 들여 실시한 여론조사를 정치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면 불법 정치자금 기부일까, 단순한 정치적 조언일까. 정치인의 후원자가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부담했다면 어떨까.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여론조사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잇따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법원의 ‘불법 정치자금’ 판단을 놓고 비판도 거세진다. 법원은 여론조사 결과가 정치인들에게 제공되고 실제 돈이 지급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라고 보지는 않았다. 유죄에서 무죄로 180도 바뀐 이들 판결을 거쳐 현행 정치자금법이 규율하는 범위와 한계에 관해 짚어봤다.
여론조사는 정치자금인가…‘정치적 조언’과 ‘재산상 이익’의 경계 어디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 명태균씨, 오세훈 서울시장. 경향신문 DB
2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7일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관해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지난 23일 오 시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김건희 여사 역시 별도 기소된 명씨의 여론조사 무상 제공 관련 혐의에서 1·2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 사건은 모두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여론조사 제공 자체가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해당하는지다.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은 명씨가 전달한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14차례, 약 2792만원 상당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후보자가 비용을 들여 구입해야 할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2심은 명씨의 여론조사가 정치적 조언의 수단일 뿐,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며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김 여사 사건 재판부도 명씨가 정치적 영향력 확대 등을 목적으로 독자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일방적으로 전달받은 것이라고 봤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제3자가 정치활동 비용을 부담하거나 금품 외의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도 기부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2023년 은수미 전 성남시장의 운전기사·차량 무상 제공 사건에서 “무형의 용역도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은 이 법리를 근거로 여론조사 역시 유료 용역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관해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수미 사건은 특정 정치인에게 전속적으로 제공된 운전 용역이지만, 여론조사는 여러 정치인에게 공유된 정보라는 차이가 있다”며 “여론조사가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이유만으로 정보·조언의 제공까지 처벌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디까지 입증해야 하나…공천 관여·송금 인정했지만 ‘의사 합치’ 불인정
또다른 쟁점은 정치적 이익이나 금전이 제공된 정황이 있어도, 당사자들이 이를 주고받기로 한 합의까지 입증돼야 하는지 여부다. 윤 전 대통령 사건 2심은 이들 부부가 명씨를 목적으로 김영선 전 국회의원 공천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 공동체’를 형성할 정도로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했다고도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관한 의사 합치는 인정하지 않았다. 공천 관여과 여론조사 제공 사이 대가 관계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오 시장 사건에서도 실제 돈은 오갔지만, 유죄로 이어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오 시장 측이 명씨와 교류하며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했고 오 시장 후원자인 김한정씨가 명씨 측에 33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핵심 증거인 명씨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오 시장이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대납을 요청한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김한정이 본인 명의 계좌로 명태균에게 송금하고, 일부 금액에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한 점을 보면 은밀한 불법 대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오 시장의 의뢰 없이 진행된 여론조사 비용을 오 시장 요청으로 김씨가 지급한 경우도 상정할 수 있지만, 이는 공소사실의 범위를 벗어나 판단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시민단체 등에선 이같은 정치자금 거래는 처음부터 명시적 계약이나 지시가 없을 수밖에 없다며 법원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판단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오 시장 2심 선고 이후 성명을 내고, “후원하는 정치인의 여론조사 비용을 해당 정치인의 요청도 없이 여론조사 업자와 막역한 사이라는 이유로 지급할 수 있다고 본 판단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라며 “범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판단을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규제 공백? 엄격한 형사법 원칙?…‘무형의 정치자금’ 규율 과제
근본적으로는 정치적 조언과 경제적 가치가 있는 용역을 구별하면서도, 제3자를 통한 우회적인 선거 지원을 어떻게 규제할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현대 선거에서 과거와 달리 여론조사나 선거 컨설팅처럼 비용이 드는 서비스를 정치적 조언의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를 어디까지 정치자금으로 인정할 것인지 현행법만으로는 판단이 쉽지 않다.
강신구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자에게 유용하다는 점을 알더라도 법적으로 무형의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며 의심이 가더라도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사전 요청이나 합의 없이 정보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면 제3자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한 뒤 이를 정치적 거래나 고발의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도 있다”며 “무형의 이익이 어떤 성격을 갖고 어떤 경우 불법이 되는지 더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남용의 위험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중탁 교수는 정치자금 규제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은 법에서 금지하고,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하다 보니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며 “미국처럼 정치자금 기부를 일정 범위에서 폭넓게 허용하되 제공자와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위반 시 엄격히 제재하는 방안도 향후 논의해볼 만하다”고 했다.
시작도 끝도 ‘명태균 진술’…오세훈 1심 유죄→2심 무죄 왜? [판결돋보기]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혐의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2심은 1심과 달리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 의뢰를 받고 그 비용은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받았다’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진술을 믿지 않았다. 김씨가 1000만원을 송금한 이유 등 명확하게 판단되지 않는 사안에 관해선 대부분 오 시장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해석했다. 명씨 여론조사 관련 ...
https://www.khan.co.kr/article/202610251706001
[뉴스분석]‘무죄→무죄→유죄→무죄’ 명태균 게이트…오세훈 재판은?
윤석열 정권 시절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당시 여권 인사들 간의 부적절한 거래가 드러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명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에선 유무죄가 엇갈렸고, 2심은 두 사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이제 대법원의...
https://www.khan.co.kr/article/202610090600091
O.Kwon--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