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배송 확대 놓고 약사·시민단체 집회…환자단체는 대상 확대 요구
약사와 시민단체가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의 전면 확대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환자·소비자단체는 현행 제한이 필요한 환자를 배제한다고 주장했다.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 대상을 모든 환자로 확대하는 정부 논의를 두고 약사·시민단체와 환자·소비자단체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대 단체들은 영리 플랫폼의 의료시장 장악과 과잉진료를 우려하고, 확대를 요구하는 단체들은 약을 받기 위해 이동하기 어려운 환자들의 접근성을 강조한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와 참여연대 등이 참여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9월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약 배송 전면 확대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는 주최 측 추산 1300여명이었다.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 도로에서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확대 중단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약 배송 대상을 넓히는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12월 24일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법은 섬·벽지 주민 등 일부 환자에 대해서만 배송을 허용한다. 대상 확대에는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집회 참가단체들은 결의문에서 전면 확대가 플랫폼 중심의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이 진료부터 처방, 조제, 배송까지 묶어 장악하면 처방과 거래 증가에 치우쳐 과잉진료와 약물 오남용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앱과 택시앱에서 나타난 독과점 문제가 의료 분야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경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대표는 의약품을 문 앞에 전달하는 일반 배송상품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의료가 플랫폼 기업의 성장시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지역의료를 살리면서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민간 영리 플랫폼을 확대하는 정책은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연평도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던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섬 지역의 의료공백을 해결할 대안이 약 배송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중보건의와 병원선 덕분에 경증환자가 약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었지만, 손가락 절단이나 뇌출혈 의심 등 중증환자는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응급의료 예산과 병원선 확충보다 약 배송 추진에 예산을 쓰는 정부를 비판했다.
조동환 건강소비자연대 수석부대표는 건강보험 지출 증가 가능성, 추가 수가와 관리비용의 부담 주체, 과잉진료와 중복처방 방지 방안을 투명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성장에 보험료가 쓰이고 그 비용이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성 축소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소비자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이 구성한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9일 성명에서 현행 제한을 유지하면 배송이 필요한 환자가 배제된다고 반박했다. 면역력이 떨어져 외출이 위험한 암환자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거동 불편 고령자는 현재 기준의 재택수령 허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자·소비자연대는 비대면으로 진료와 처방을 받은 환자가 약을 받으려 다시 이동해야 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약화한다고 밝혔다. 반대 측이 환자 안전을 내세우면서 약사들의 이익을 지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했다.
정부는 12월 24일 법 시행에 맞춰 동네약국 중심 배송과 비대면진료 전담약국 금지 등을 포함한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대상 확대를 위한 법 개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한약사회는 20일 배송 확대 반대 전국 약사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P.Hwang--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