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차질 이어진 나고야 아시안게임, 전주 올림픽에 남긴 과제
숙박·수송·경기 운영 문제가 이어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의 사례가 2036 전주 올림픽 유치 구상의 현실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졌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은 대회 전 두 개의 변기가 칸막이 없이 나란히 붙어 있는 ‘쌍둥이 변기’ 사진으로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직접 찾은 소치는 더 심각했다. 미디어 숙소는 침대부터 출입문까지 완성된 게 없었다. 이곳저곳 배관이 튀어나와 있었고, 문에는 A4 용지에 손 글씨로 쓴 동호수가 붙어 있었다. 이튿날 샤워를 하는데 뜨거운 물만 쏟아졌다. 수리를 요청했더니 이번엔 찬물만 나왔다. 새벽에 화재 경보가 울려 모든 투숙색들이 자다가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오는 일도 있었다. 살아서 돌아가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대회가 개막했다.
다만 개막을 기점으로 모든 게 달라졌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운영 실수나 행정적인 미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소소한 일들이 있었지만 대회 운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치 올림픽은 이후 17일간의 열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문제의 숙소도 집에 갈 때쯤 되어서는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종반을 향해 가고 있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그래서 더 어색하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종합대회가 시작부터 완벽하게 출발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면 정상에 다다른 공이 내리막을 타고 시원하게 내려오듯 순항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은 지난달 19일 개막 후 지금까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온 ‘매뉴얼의 나라’ 일본이기에 더욱 의아하다. 한국 대표팀도 여러 피해를 봤다. 축구장을 가야 할 버스가 야구장으로 향하는가 하면, 결승전을 앞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버스가 오지 않아 훈련을 취소해야 했다. 하키 경기에선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흘러나왔다. 선수촌을 짓는 대신 설치한 컨테이너박스 숙소에선 물이 새고, 크루즈선에선 부실 식사 논란이 빚어졌다. 수영 계영 예선 출전 선수들에게는 실물 메달도 지급하지 않아 대한체육회가 대신 메달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F학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이번 사태는 대회 유치 때부터 잠재돼 있었다. 이 대회는 아이치현과 나고야시가 공동 개최하고 있지만 애초 나고야시는 비용 부담이 생각보다 크다며 유치를 철회하려 했다. 어렵게 공동 개최에 합의한 두 지방자치단체는 2016년 단독 출마해 유치 도시가 됐다. 다만 이후 각종 전쟁과 전염병 등으로 물가가 폭등하면서 애초 예상했던 예산이 훌쩍 초과됐다. 그 결과 이번 대회는 ‘비용 절감’에 목을 맬 수밖에 없게 됐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미비하고, 국민들 역시 큰 관심이 없다. 현재대로라면 이 대회는 돈은 돈대로 쓰고 좋은 소리도 듣지 못하는 역대 최악의 아시안게임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
나고야의 실패, 남의 얘기가 아니다 전북도가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2036 전주 여름올림픽도 비슷한 과정을 겪을 수 있다. 전북은 지난해 3월 서울을 꺾고 2036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됐지만 숙박과 경기장 등 제반 여건 마련이 여의치 않자 최근 서울시에 공동 개최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심사위원회를 열어 올림픽 유치 심의를 보류했다. 전북이 단독 개최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한국의 2036 올림픽 유치 도전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준이 훨씬 높은 올림픽은 아시안게임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지자체 간 합의도 어려워 보이지만 두 지자체가 합의한다 해도 성공 개최를 보장할 수 없다. 국민들의 관심도 높지 않다. 굳이 이런 상황에서 안 그래도 유치 가능성이 높지 않은 올림픽에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V.Pyo--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