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아, 이리 오면 안 돼!…물줄기 피해 되돌아간 상어, 북항 귀환작전 숨바꼭질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부산해경 구조정이 3m급 상어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유도 작업용 물대포를 수면에 쏘고 있다. 수로변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쓴 시민과 관광객들이 길게 늘어서 구조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부산해경 구조정이 3m급 상어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유도 작업용 물대포를 수면에 쏘고 있다. 수로변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쓴 시민과 관광객들이 길게 늘어서 구조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해경 구조정·고무보트 여러 척 투입…수면에 포말·소음 만들어 출구 방향 유도
반대편서 상어 나타날 때마다 시민들 탄성…“저기 있다” 휴대전화 일제히 돌아가
스트레스 커지면 작업 중단·재개…1차 실패 땐 다음달 2일 맞춤형 그물 2차 구조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 3m급 상어 ‘부캉이’를 바다 쪽으로 유도하던 해경 구조정과 반대 방향 수면에서 상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난간을 가득 메운 시민들 사이에서 탄식과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저기 있다”는 외침에 수백 개의 휴대전화가 일제히 돌아갔다. 곧 해경 구조정과 고무보트들이 상어가 나타난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선상에서는 물대포처럼 굵은 물줄기가 수면을 향해 뿜어졌다. 물줄기가 떨어진 곳마다 하얀 포말이 번졌다.
12일째 부산 북항 인공수로를 맴돈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귀환 작전’이 이날 본격 시작됐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시민과 관광객이 몰리면서 펜스를 따라 약 300m의 긴 줄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우산을 받쳐 든 채 수면을 주시하다 부캉이의 등지느러미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저기 있다”며 마지막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았다.
◇해경 구조정·고무보트 여러 척 투입…수면에 포말·소음 만들어 출구 방향 유도
실제 구조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인근 부산북항마리나에서는 예행연습이 진행됐다. 부산시와 국립수산과학원, 부산해경, 부산항만공사(BPA), 부산시설공단 등 관계기관이 모여 해경 선박과 작업용 보트, 워터펌프를 점검했다. 대원들은 어느 지점에서 펌프를 가동할지, 선박끼리 어느 정도 간격을 둘지, 부캉이가 갑자기 방향을 틀면 각 선박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실제 상황처럼 맞춰봤다.
작전의 원칙은 ‘몰아붙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상어 몸에 물을 직접 쏘거나 수압으로 밀어내는 대신 뒤쪽 수면에 물을 뿜어 포말과 소음·진동을 만든다. 이를 피하려는 상어의 움직임을 이용해 스스로 바다 쪽으로 방향을 잡도록 하는 방식이다. 부캉이가 움직이면 작업선도 일정 거리를 둔 채 뒤따르고, 움직임이 급격히 달라지거나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으로 보이면 작업을 멈춘 뒤 상태를 살피도록 했다.
예행연습을 마친 관계기관은 오전 11시쯤 부캉이가 머물던 수로 안쪽 제4보도교 일대에서 실제 유도에 들어갔다. 목표는 제5보도교를 지나 바다와 연결된 수로 출구까지 부캉이를 천천히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수로에는 해경 구조정과 고무보트 여러 척이 간격을 두고 들어섰다. 부캉이가 나타난 쪽으로 선박들이 천천히 접근하면 워터펌프에서 굵은 물줄기가 수면을 때렸고 하얀 포말이 퍼졌다. 선박들이 한꺼번에 상어를 에워싸는 대신 부캉이의 움직임에 맞춰 조금씩 위치를 바꾸며 출구 방향으로 길을 좁혀갔다.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부산해경 구조정이 3m급 상어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유도 작업용 물대포를 시민들이 알려준 부캉이 위치 추정 수면에 쏘고 있다.
◇반대편서 상어 나타날 때마다 시민들 탄성…“저기 있다” 휴대전화 일제히 돌아가
하지만 부캉이는 사람들의 계획대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구조정들이 한쪽에서 포말과 소음을 만들며 출구 쪽으로 유도하면 어느 순간 반대편 수면에서 다시 등지느러미가 나타났다. 그때마다 시민들은 “상어 나왔다”고 외쳤고, “부캉아, 이리 오면 안 돼”라는 목소리도 터졌다. 시민들의 시선과 휴대전화가 한꺼번에 반대쪽으로 돌아가면 해경 선박들도 다시 방향을 틀었다.
선박이 접근하면 모습을 감추고, 잠시 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나타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구조 작업은 한동안 ‘숨바꼭질’을 방불케 했다. 해경은 상어가 나타난 방향으로 구조정과 고무보트를 재배치하고 수면에 물을 뿜어 포말을 만들었지만, 부캉이가 수로 안쪽으로 다시 돌아서면 무리하게 쫓지 않고 간격을 벌렸다.
부산시 공원여가정책과 관계자는 “상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보이면 무리하지 않고 쉬어가면서 탄력적으로 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도 “이런 방식으로 직접 상어를 유도해본 경험은 없어 실제 반응은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수과원은 2004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염습지에 고립된 백상아리를 급수용 펌프 등을 이용해 바다 쪽으로 유도한 사례를 이번 작업에 참고했다. 발전기가 달린 일반 배수용 워터펌프로 주변 수면에 포말과 소음을 만들어 상어의 회피 행동을 이용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수로 입구에는 해경 선박 2척이 대기했다. 구조의 종착점은 먼 외해가 아니다. 부캉이가 좁은 인공수로 입구만 완전히 빠져나가 넓은 바다에 들어서면 구조는 사실상 성공이다. 이후에는 수심이 깊어지고 이동 공간도 넓어 별도로 부캉이를 추적하지 않는다.
육상에서는 시민들의 작별 인사가 계속됐다. 추석 연휴 당시 사람이 너무 많아 부캉이를 보지 못했다는 부산 범일동의 34세 시민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왔다”며 “아쉽지만 결국 바다에 가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스트레스 커지면 작업 중단·재개…1차 실패 땐 10월 2일 맞춤형 그물 2차 구조
열흘 넘게 이어진 ‘부캉이 열풍’의 흔적도 현장에 남았다. 수로변 펜스 아래 콘크리트 일부가 깨져 해당 구간에는 접근금지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부산시설공단은 방문객들이 많이 밟으면서 생긴 경미한 파손으로 구조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연휴 동안 부캉이를 보기 위해 몰린 인파의 안전관리에 투입된 71세 부산시설공단 직원은 “연휴도 못 쉬고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날도 있었다”며 “오늘 나간다고 하니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보다 꼬리 움직임이 느려진 것처럼 보여 걱정됐다”며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부캉이는 현재 정상적으로 유영하고 호흡하고 있지만 지난 18일 발견된 이후 실제 먹이활동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로에는 숭어와 전갱이 등 먹이가 될 어류가 있지만 장기 체류에 따른 체력 저하 가능성이 있어 관계기관은 자연 이탈을 기다리던 데서 적극적인 유도로 방침을 바꿨다.
이날 워터펌프를 이용한 1차 유도에 실패하면 다음달 2일 2차 구조에 나선다. 수로 폭과 수심에 맞춰 제작한 그물망을 부캉이 뒤쪽에 스크린처럼 설치해 다시 안쪽으로 돌아가는 퇴로를 막고 바다 쪽 이동 공간을 좁히는 방식이다. 그물로 상어를 포획하거나 잠수사를 투입하지는 않는다.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부캉이를 보기 위해 북항 친수공원을 찾은 사람은 56만8800명이다. 부산시는 시민 의견수렴에서 91%의 찬성을 받은 부캉이를 부산시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이날 구조작업도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Z.Jin--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