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사고 대응 시점 두고 대통령실·야권 공방
서부전선 DMZ 지뢰 폭발에 대한 대통령의 조사 지시 시점과 대북정책을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신뢰 회복, 軍보다 대통령이 더 급하다 국방부 관련 유튜브가 폭발적 조회수를 기록할 줄은 국방부도 몰랐을 거다. 특히 북한의 군사분계선(MDL) 남쪽 지뢰 작업에 우리 군은 어떤 대응을 했느냐는 여기자 질문에 “기준과 원칙에 따라 작전적 조치를 했다”고 자동 인형처럼 반복하는 합참 공보실장의 영상이 화제다. ‘지뢰 사태’가 터진 9월 21일 브리핑이 아니다. 그 일주일 전인 14일 벌어진 장면이어서 놀랍고 참담하다. 만일 그때라도 ‘원칙적 대응’을 제대로 했다면, 오늘 제78주년 국군의 날이 이토록 비통하진 않을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속·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지난달 29일 지시했다. 전날 군이 북한군 지뢰 가능성을 밝혔는데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놀랍지만 일주일 전 나왔어야 할 대통령 반응이 뒤늦게 나온 건 더 참담하다. 사태 당일인 21일 이 대통령은 장병들 부상 소식을 ‘접했다’며 무거운 마음과 치료 지원 방침을 X(옛 트위터)에 밝혔을 뿐이다. 그것도 군 공식 발표 2시간이 지난 오후 5시경 미국 출국 직전이었다. 22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유엔 연설 때문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의 지뢰 도발이 의심되는 판에 북-미 대화 촉구 연설은 민망할 터다.
위기나 사건 자체 못지않게 어떻게 대처하느냐, 아니 어떻게 대처한다고 인식되느냐가 대통령 평가를 좌우한다. 2020년 9월 22일 우리 공무원이 서해에서 북에 살해돼 불태워졌을 때도 그랬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오후 6시 36분 서면 보고를 받고도 다음 날 오전 1시 26분 종전선언 촉구 유엔 연설 TV 방송이 끝나고, 오전 8시 30분 대면 보고까지 받은 뒤에야 “사실 파악이 우선”이라는 첫 반응을 내놨다. 북에만 절절매는, 삶은 소대가리란 비판이 나온 것도 당연했다.
이 대통령의 경우, 유엔 연설 때문이라면 차라리 낫겠다. 미국 방문 중 다수 국민은 알지도 못하는 ‘대통령 부인의 생가 복원 추진’ 온라인 게시물을 놓고 X에다 “작년에 소멸된 이야기”라며 명예훼손 범죄를 경고했던 대통령이다. 온라인까지 뒤져 언급하는 만기친람 대통령이 온 나라를 들끓게 한 지뢰 사태에 일주일이나 침묵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야권에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으로 이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게 약점 잡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북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조로 쌍방울로부터 받은 800만 달러 ‘령수증’이라도 내밀까 봐 북쪽 눈치나 보면서 대북 굴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에 집착하는 한, 야권 주장은 먹혀들 수밖에 없다. 아들을 군에 보낸 엄마들은 “민주당 정권 아래 군대 보내기 무섭다” “나라가 북한 편인데 내 아들은 누가 지켜주나” 아우성이다. 이 대통령뿐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까지 북에 인질로 잡힌 듯 안보 불안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방미에서 이 대통령은 대북제재와 북한의 ‘추가’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의 맞교환까지 제안했다. 북핵에 대한 비핵화 포기 선언이자 우리 국민에게는 평화공존 아닌 굴종 체제를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핵 없는 우리가 아무리 첨단 무기를 가진들 북핵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우리 앞날을 우리가 정할 수 있다”고 어제 대호 김종서함 진수식에서 거듭 밝혔다.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주의로 취임 초 대북 확성기부터 철거하며 북의 환심을 사려 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서두르고, 육사 해체를 추진하고, 한미 연합훈련 축소에 반색했다. 북이 소원하는 ‘근본문제 우선 해결’을 위해서가 아닌지 개딸 아닌 국민은 의문이다. 북에선 ‘자주성이 실현된 김일성 민족’을 자처하며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을 위협하는데 “자주국방은 곧 주권”이라며 ‘주적’을 언급하지 않는 이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묻고 싶다.
작년 국군의 날 이 대통령 기념사엔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군이 사명을 잊고 사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을 때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퇴행했다”는 질타가 있었다. 국민적 신뢰 회복을 촉구했던 이 대통령이 올해 기념사에선 뭘 강조할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대통령이야말로 영토 보전과 헌법 수호 책무가 있다는 것을, 사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대통령직을 이용할 때 국민적 신뢰를 잃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P.Hwang--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