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 집단 성폭력 사건 드러낸 23개월간의 대학신문 취재
미국 코넬대 대학신문이 23개월간의 취재 끝에 2024년 발생한 집단 성폭력 의혹과 학교 대응을 보도하면서 검찰 재수사가 시작됐다.
한국인 유학생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 미 코넬대 집단 성폭력 사건이 발생 2년 뒤에야 널리 알려지게 된 데에는 대학 언론의 공이 컸다. 소극적으로 대응한 학교 대신 23개월에 걸친 집요한 취재로 사건의 전말을 세상에 드러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자료에 의하면 코넬대 집단 성폭력 사건을 미 전역에 알린 일등 공신은 대학 신문인 ‘코넬 데일리 선’이다. 사건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지난 18일 이 신문의 보도였다. 대학과 학내 남학생 사교클럽 ‘카이 파이’가 2024년 10월 벌어진 집단 성폭력 사건으로 피소됐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는 피해자가 진술한 사건 당일의 상황이 상세히 담겼다. 피해자 제인 도(가명)는 사교클럽 회원들이 건넨 술과 약물로 몸을 전혀 가눌 수 없는 상태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3주 뒤 대학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들은 기소되지 않았다. 학교는 자체 조사를 통해 가해 학생 일부에게 퇴학과 정학 처분을 내렸다고 알렸다. 그러나 누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에 부쳐졌고, 사건은 곧 관심에서 멀어졌다. 다만 코넬 데일리 선의 세르시 쿠스바 기자(22)는 사건을 그냥 떠나보낼 수 없었다. 그는 피해자와 피해자 측 변호인에게 연락해 신뢰를 쌓았다. 대학 당국이 가해자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알아냈다. 호주 시드니에서 유학하는 동안에도 신임 편집국장인 소피아 다서(20)와 함께 취재를 계속했다. 집요한 취재는 23개월이나 이어졌고, 피해자가 대학과 사교클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시점에 맞춰 기사를 내보냈다. 미 전역을 분노케 한 이야기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다서는 NYT와 인터뷰에서 “일부 학생들은 대학 지도부의 대응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공개된 후속 기사와 사설에는 이런 답답함이 반영됐다. 코넬 데일리 선은 이날 가해자 7명의 이름을 신문 1면에 실었다. 사설을 통해서는 소극적인 학교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설 제목은 특히 화제가 됐다. “코넬이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한다(Cornell Won’t, We Will).” 반향은 컸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검찰은 재수사를 시작했다. 가해자 중 한 명이 한국인 유학생이라는 사실은 한국에도 전해졌다. 코넬 데일리 선은 학내 성폭력 제보 전용 창구를 개설했다. 쿠스바는 피해 경험과 함께 학교의 미흡한 대응을 고발하는 e메일이 폭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넬 데일리 선은 146년의 역사를 가진 대학 언론이다. 학교와는 재정 및 행정적으로 독립돼 있으며 사무실도 캠퍼스 밖에 두고 있다. 다서는 “우리가 캠퍼스 밖에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며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그것을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R.Song--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