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재근 회장 후보 선정에 지배구조 규제 방향 관심
KB금융이 양종희 현 회장의 연임 대신 이재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하면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9월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회추위는 지난 11일 이 부문장을 양종희 현 회장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보다 앞선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현직 회장 연임 대신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한 인선이다.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이 재임 중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이끌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한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회추위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조직 쇄신을 앞세워 이 부문장을 택했다.
별도의 임기 제한 규정 없이 이사회가 현직 회장을 교체했다는 점도 관심을 받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이 우호적인 이사회를 구성해 장기 재임 기반을 만드는 이른바 ‘참호 구축’ 문제가 이번에는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양 회장은 처음 연임에 도전했으나 최종 후보로 선정되지 못했다. 이사회가 성과와 향후 전략을 독립적으로 평가하면 법률상 CEO 임기 제한 없이도 견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에 이번 사례가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는 금융지주의 폐쇄적인 승계 구조와 장기 연임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의 공정성, 이사회 견제 기능, 성과보수 체계 등을 점검했다.
검토 방안에는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연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3연임 후보를 추천하려면 사외이사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에 대해서는 민간 금융회사 CEO의 임기를 법으로 제한할 경우 경영 자율성과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해외 민간기업에서도 연임 횟수를 법률로 제한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 전원 동의 방식 역시 한 명에게 사실상 거부권을 줘 외부 압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KB금융은 이번 승계 절차를 이전보다 한 달 이상 일찍 시작해 후보 검증 기간을 늘렸다. 외부 후보가 정보 접근 등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절차를 보완했고, 진행 과정도 시장에 공개했다. 이러한 조치를 두고 규제 초점을 임기 자체보다 선임 절차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는 당초 예고보다 늦어지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률 개정안도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인선을 계기로 논의의 중심이 CEO 연임 제한에서 임추위 독립성, 선임 절차 투명성, 사외이사 책임성 강화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독립적인 이사회와 투명한 평가가 있으면 법률상 연임 제한 없이도 내부 견제가 작동할 수 있음을 이번 인선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 사례만으로 자율 개선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사외이사의 책임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H.Baek--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