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 ‘협연의 연대기’, 18일 국악 협주곡 변화 조명
국립국악관현악단이 9월 18일 국립극장에서 시대별 협연곡 다섯 편을 연주한다. 박천지 지휘자와 김덕수는 국악관현악의 변화와 장단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9월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관현악 시리즈Ⅰ ‘협연의 연대기’를 공연한다. 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국악 협연곡 다섯 편으로 국악관현악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는 무대다.
국악관현악은 여러 국악기를 대규모로 편성하는 연주 형식이다. 단선율과 장단, 즉흥적인 호흡을 중심으로 하던 전통음악에 서양식 화성과 대규모 편성이 결합한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다. 이후 창작과 협연, 악기 개량을 거치며 연주 방식과 작품의 범위가 확대됐다.
이번 공연을 이끄는 박천지 지휘자와 사물놀이 연주자 김덕수는 7일 국립극장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이러한 변화를 설명했다. 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인 박천지는 국립국악관현악단 타악 연주자 출신으로 전주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를 지냈다. 김덕수는 다섯 살이던 1957년 남사당 ‘새미’로 무대를 시작해 내년에 무대 활동 70년을 맞는다.
박천지는 1965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 뒤 대규모 편성의 창작곡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 전통악기를 독주자로 내세운 협주곡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상규가 작곡한 대금 협주곡 ‘대바람소리’(1978)를 협연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정악적인 대금 음색과 관현악을 결합한 이 작품은 이번 공연의 첫 곡이다.
1980년대에는 국악 협연이 대중과 만나는 기회가 늘었다. 김덕수가 1978년 사물놀이 공연 양식을 선보인 뒤 관현악과 타악을 결합한 ‘마당’(1983), ‘신모듬’(1986) 등이 나왔다. 김덕수는 당시 초대권을 줘도 국악 공연에 관객이 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서양 클래식 공연표는 수십만원에 판매되던 시기에 관객이 있는 무대로 들어가기 위해 협연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협업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김덕수는 KBS교향악단과 무속 장단을 활용한 창작곡을 연주하기로 했지만 연습을 하지 못해 공연에 올리지 못한 경험을 소개했다.
박범훈의 사물놀이 협주곡 ‘신모듬’은 국악관현악의 주요 레퍼토리로 정착한 작품이다. 기존 작품들이 진양조·중모리·굿거리 등 익숙한 장단을 주로 사용했다면 이 곡은 각 지역 풍물과 농악의 다양한 리듬을 도입했다. 김덕수는 사물놀이와 관현악의 앙상블을 만드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했고, 박천지는 이 작품 이후 작곡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후 악기 개량이 활발해지면서 생황처럼 비교적 덜 알려졌던 악기도 독주 악기로 주목받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전통 장단과 선율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작품이 등장했다. 이번 공연의 미국 작곡가 도널드 워맥 산조가야금 협주곡 ‘흩어진 리듬’(2016)은 그 흐름을 보여준다.
서양악기와의 협연도 이어진다. 마지막 순서인 최지혜의 첼로 협주곡 ‘미소’(2022)에는 첼리스트 홍진호가 협연자로 참여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지난 6월에는 AI 작곡가 ‘지음’과 협연하는 관현악 공연 ‘공존’을 선보였다.
김덕수는 형식과 협업 대상이 바뀌더라도 한국음악의 핵심은 장단에 있다고 강조했다. 서양 오케스트라가 박자를 마디로 나누는 것과 달리 우리 음악은 말하듯 이어지는 장단의 호흡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신모듬’의 전라도 오채길굿 장단은 셋과 둘이 결합하는 복합 리듬이어서 서양식 3분박으로 기계적으로 나누면 고유한 맛을 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천지는 두 관현악 형식의 지휘 기법 자체보다 지휘자가 한국음악의 장단과 호흡을 얼마나 체화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덕수도 굿음악·궁중음악·풍물·민요에 담긴 여러 장단이 지휘자와 악단, 협연자의 바탕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덕수는 음악의 외형이 바뀌더라도 장단과 신명의 뿌리가 유지돼야 한국음악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천지는 장르 간 협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특정 악기와 장단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악기 소리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국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천지는 이번 공연이 지난 50년간 국악이 기존 경계를 넘으며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관객에게는 공연 전 원곡 음원이나 협연곡과 관련한 이야기를 접하면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했다.
A.Kim--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