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선 자단목 표식 연구, 여러 화주의 공동 운송 가능성 제시
신안선에서 나온 자단목의 표식이 약 700년 전 화물 소유와 관리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일본 무사 가문의 문양과 가나, 인명, 화압을 분석한 정순일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여러 화주가 신안선을 함께 이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신안선에서 나온 자단목의 표식이 약 700년 전 화물 소유와 관리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일본 무사 가문의 문양과 가나, 인명, 화압을 분석한 정순일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여러 화주가 신안선을 함께 이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16일 목포시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열리는 ‘2026 해양실크로드 국제학술대회’에서 ‘신안선 자단목과 동아시아 해양교류’를 주제로 연구 내용을 발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1976년 신안선 발굴조사로 시작된 한국 수중발굴의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신안선은 1323년 중국 경원(慶元), 현재의 닝보를 출발해 일본 하카타로 향하던 중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무역선이다. 1976∼1984년 발굴에서 도자기·동전·목간 등 약 2만6000점의 유물과 1000점이 넘는 자단목이 나왔다. 자단목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생산되는 붉고 단단한 고급 목재다.
정 교수에 따르면 목재 표면에서는 가마쿠라 막부 집권세력인 호조(北条) 씨의 상징 ‘삼린문(三鱗文)’과 아시카가(足利) 씨의 ‘인량문(引両文)’에 유사한 문양이 확인됐다. 가나 표기는 신안선 목간에 적힌 일본식 인명과도 연결된다. 화압은 수결 또는 서명에 해당한다.
그는 목간이 화물 묶음에 매단 꼬리표였다면 자단목에 남은 표식은 화물의 귀속과 담당자를 확인하는 정보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아라비아 숫자 등으로 해석했던 표식 중 일부는 원나라 공식 문자인 파스파 문자와 자형이 비슷하다고 봤다.
한 목재에 한자와 파스파 문자에 유사한 자형이 함께 남은 점은 서로 다른 언어권 사람들이 정보를 추가했을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다만 표식의 의미와 선박 이용 방식에 대한 해석은 연구가 제시한 가능성이다.
기존 연구는 도후쿠지(東福寺)와 조자쿠안(釣寂庵) 등 일본 사찰 이름이 확인된 목간에 주로 주목했다. 정 교수는 자단목에 여러 인명, 화압, 무사 가문형 문양이 섞여 있다는 점을 들어 신안선이 특정 사찰이나 집단의 전용선이 아니라 사찰·상인·무사 등 여러 화주의 화물을 실은 공동 이용선이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학술대회에서는 장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연구원이 자단목 수종과 산지에 관한 자연과학 연구 동향을 다룬다. 판지아난(范佳楠) 중국 쓰촨대 교수는 14세기 자단목 유통망 연구를 발표할 예정이다.
세키 슈이치(関周一) 일본 고베여자대 교수는 신안선의 무역 구조를, 나이토 사카에(内藤栄) 일본 오사카시립미술관장은 일본의 자단 소비와 모방 칠공예 기법을 살핀다. 연구소는 15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특별전 ‘바다를 건넌 나무, 자단’을 열고 신안선 자단목 중심의 관련 유물 370여 점을 전시한다.
P.Hwang--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