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묶자 병점이 뛰었다⋯ “일단 편승하자” 세종서도 원정
26일 오후 찾은 경기도 화성 병점구 병점역 2번 출구 일대. 신도심의 깔끔한 거리 위로 갑자기 굉음이 울려 퍼졌다.
경기도 화성 병점구 병점구 병점역아이파크캐슬 전경. 26일 찾은 병점역아이파크캐슬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선 매수 문의가 이어졌다. 한 공인중개사는 기자와 대화 도중 “집을 보러 가야한다”며 서둘러 사무실을 나서기도 했다. 카카오맵 로드뷰 캡처
26일 오후 찾은 경기도 화성 병점구 병점역 2번 출구 일대. 신도심의 깔끔한 거리 위로 갑자기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인근 수원 군공항에 착륙하던 전투기가 낮게 하늘을 가르며 낸 소음이었다. 그 아래 거리에서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하던 젊은 부부들이 눈에 띄었다. 한 젊은 어머니는 막 걸음마를 뗀 듯 아장아장 걸어오는 아이를 향해 쪼그려 앉아 두 팔을 벌렸다.
“제가 상투일까요?”
당일 찾은 병점역아이파크캐슬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도 매수 문의가 이어졌다. 기자가 질문하는 10여분 사이에도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공인중개사는 대화 도중 “집을 보러 가야한다”며 서둘러 사무실을 나섰다. 공인중개사 조모씨는 “문의자들이 공통적으로 ‘더 안 오를까요? 내가 상투일까요?’라고 묻는다”며 “그러면 지금은 ‘알 수 없어요’라고 답한다”고 설명했다.
근래 세종에서도 갭투자를 하러 온 이가 있었다. 50대 남성 A씨가 일례다. 오랜 기간 살던 곳 집값이 오르지 않아 속앓이하던 A씨는 근래 경기 남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동탄구 대신 인접한 비규제지역 병점구로 눈을 돌렸다. A씨는 이달 초 세입자가 거주하는 병점역아이파크캐슬 전용 84㎡를 9억7000만원대에 매수했다. 거래를 중개한 현지 중개사는 “집값이 폭등한 후라 망설이긴 했지만 향후 실거주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일단 (오름세에) 편승하자’는 생각으로 결정을 내린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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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허구역과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지정했다.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사려면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실거주 의무도 적용된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주택시장 과열을 막으려는 조치였지만 매수세가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확인됐다.
지난 7월 5일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가 토허구역으로 추가 지정되자 병점구 등 인접한 비규제지역에서 거래가 늘고 신고가가 이어졌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설명에 따르면 동탄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6월 1914건에서 7월 153건으로 1761건(92.0%)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병점구는 408건에서 487건으로 79건(19.4%) 증가했다. 8월과 9월에도 병점구의 거래량이 동탄구를 웃돌았다.
병점구는 수원 군공항의 전투기 소음에 노출돼 있고 대형마트와 학원가 등 생활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매수세가 몰리는 데에는 동탄구보다 낮은 집값과 삼성전자 임직원의 직주근접 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연장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사내 주택대출을 시행하면서 임직원의 주택 구입 여력이 확대됐다.
병점구 아파트값 상승폭도 가팔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설명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일주일간 병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65% 올라 전국 시군구 상황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승률은 지난 5일 0.33%에서 12일 0.56%, 19일 0.65%로 3주 연속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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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점구를 비롯해 수원 권선구, 부천 원미구 등 집값이 빠르게 오른 비규제지역의 추가 토허구역 지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병점구 안에서도 단지별 가격 상승폭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병점역 인근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한편 구도심 구축 단지는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
당일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설명에 따르면 병점역 인근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병점역아이파크캐슬 전용 84㎡대 17층은 지난 6월 7억7700만원에 거래됐다. 이달 같은 면적·층수의 매물이 10억원에 거래되며 4개월 만에 2억2300만원(28.7%)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반면 1997년 준공된 병점동 주공1단지 전용 59㎡대는 지난 6월 10층이 2억6300만원에 팔렸으나 이달 13층이 2억8600만원에 거래되면서 2300만원(8.7%) 높아졌다.
일부 단지에 상승세가 집중된 상황에서 병점구 전체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인중개사 조모씨는 “병점구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 주범은 병점역아이파크캐슬”이라며 “집값이 크게 상승하지 않은 구도심에 거주하는 세대가 훨씬 많은데, 한 아파트 때문에 전체 구를 규제 지역으로 묶어버리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입장에선 오는 12월 31일 기존 토허구역 기한 만료로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인 상황에서 토허제 적용 지역을 늘려나가는 것 자체가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경기도 남부에서 광역거점 역할을 하는 동탄구와 물리적으로 매우 인접해 있다는 것이 병점구의 특징”이라며 “토허구역으로 지정된다면 오산 등 인접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Do--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