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노동자 담보금·장시간 노동 의혹…공적 관리체계 요구 커져
방글라데시 출신 계절노동자들이 고액의 담보를 맡기고 입국한 뒤 계약과 다른 지역을 돌며 일했다고 주장했다. 급증한 계절노동자 제도를 민간 브로커가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충남 당진으로 입국한 방글라데시 계절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에 적힌 고용주를 만나지 못한 채 브로커 지시에 따라 전국 여러 지역에서 장시간 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자 이탈 방지에 초점을 둔 제도를 바꾸고 모집과 송출, 고용을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충청이주인권운동연대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국적 하산 씨(32)는 지난 14일 브로커와 계약서상 고용주 등을 상대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고소장을 냈다. 계절노동자에 대한 인신매매와 노동착취 의혹을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산 씨를 포함한 방글라데시 노동자 35명은 지난 4월 당진으로 들어왔다. 입국 전에 하산 씨 가족 중 보증인 2명은 각각 50만 타카씩 총 100만 타카의 은행 수표를 담보로 제출했다. 한국 돈으로 약 1100만 원이다.
노동자가 근무지를 벗어나거나 체류기간이 끝난 뒤 귀국하지 않으면 보증금을 회수한다는 서약도 작성했다. 이처럼 거액의 담보가 노동자의 이동과 선택을 제약했다는 문제 제기다.
입국 뒤 상황은 계약서와 달랐다고 하산 씨는 주장했다. 계약에는 근무할 농장이 명시됐지만 그는 두 달 넘게 당진뿐 아니라 충남 서산·태안·홍성, 경기 안산, 전북 지역을 오가며 농사일을 했다고 밝혔다.
새벽 3~4시에 일어나 버스로 작업장까지 이동하는 날이 이어졌고, 장거리 이동과 오랜 노동으로 수면 부족을 겪었다고 했다. 입국 뒤 다른 브로커에게 넘겨졌으며 계약서에 적힌 농장의 실제 고용주는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금 지급 방식도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계약서에는 시급과 월급이 기재돼 있었지만 입국 직후 하루 8만 원을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숙박비와 교통비 외에 계약에 없는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6만 원이 추가 공제됐다고 하산 씨는 밝혔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비슷한 착취 문제로 센터에서 상담한 계절노동자가 11명이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지 못해 현장을 떠난 사람은 20여 명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농촌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는 2017년 본격 시행된 뒤 빠르게 확대됐다. 법무부 자료상 배정 인원은 시범사업이던 2016년 261명에서 2021년 7340명, 2022년 1만9718명, 2023년 4만647명, 2024년 5만7269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9만5596명, 올해는 11만7113명으로 10년 전보다 약 449배 증가했다.
규모가 커졌지만 장시간 노동과 인권침해는 반복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4~6월 계절노동자를 많이 도입한 전국 29개 시·군·구의 3093개 사업장에서 노동조건과 숙소, 인권침해 여부를 점검한 결과 24개 지역 603개 사업장에서 663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충남에서는 논산·서천·예산의 135개 사업장을 확인했고, 2개 지자체 34개 사업장에서 노동 분야 4건과 숙소 분야 49건 등 모두 53건의 위반을 찾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각 출입국·외국인청과 사무소가 점검 결과를 지자체에 알리고 보완을 요청했으며, 위반 정도에 따라 고용주 벌점과 지자체 주의 등의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지자체 간 업무협약 방식으로 인력을 들여오면서 모집, 송출, 작업 배치, 임금 지급 전 과정에 민간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 브로커가 중간 이익을 취하는 구조가 노동착취를 되풀이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조윤희 노무사는 제도의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이 노동자 이탈 방지에만 치우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처럼 국가가 제도를 직접 운영·관리하고, 송출국과 브로커 개입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지자체와 관계 부처가 이탈보증금 등 인권침해 요소와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Nam--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