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서예 민체 개척자 여태명 원광대 명예교수 별세
한글 민중의 삶에서 찾아낸 ‘민체’를 현대 문자예술로 확장2018 남북정상회담 ‘평화와 번영을 심다’ 휘호서예·회화·전각·캘리그래피·문자조형의 경계를 넓힌 예술가 한글서예의 새로운 미학을 개척하고 현대 문자예술의 지평을 넓힌 효봉(曉峰) 여태명 원광대 명예교수가 16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고인은 궁체 중심의 한글서예에서 벗어나 민간 필사본과 생활자료에 남아 있는 자유롭고 소박한 글씨를 발굴해 ‘민체(民體)’라는 개념으로 정립하고, 이를 현대 서예와 문자조형 예술로 발전시킨 선구자다.
한글 민중의 삶에서 찾아낸 ‘민체’를 현대 문자예술로 확장2018 남북정상회담 ‘평화와 번영을 심다’ 휘호서예·회화·전각·캘리그래피·문자조형의 경계를 넓힌 예술가 한글서예의 새로운 미학을 개척하고 현대 문자예술의 지평을 넓힌 효봉(曉峰) 여태명 원광대 명예교수가 16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고인은 궁체 중심의 한글서예에서 벗어나 민간 필사본과 생활자료에 남아 있는 자유롭고 소박한 글씨를 발굴해 ‘민체(民體)’라는 개념으로 정립하고, 이를 현대 서예와 문자조형 예술로 발전시킨 선구자다. 서예와 회화, 전각, 캘리그래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글 문자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1956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주대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원광대 교수로 재직하며 서예와 문자예술 연구, 후학 양성에 힘썼다. 퇴임 후에도 원광대 명예교수로 창작과 연구를 이어갔다. 고인의 예술세계를 상징하는 대표작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공동 기념식수한 소나무 표지석에 새겨진 ‘평화와 번영을 심다’다. 당시 여러 서체안 가운데 고인이 평생 연구해 온 민체가 최종 선정됐다. 백성의 삶 속에서 태어난 글씨가 남북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현장에 새겨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인은 옛 소설 필사본과 서간, 생활자료 등에 남은 한글 글씨를 수집·연구하며 민체의 미학을 탐구했다. 민체를 단순히 정형화되지 않은 글씨가 아니라 백성들의 삶과 감정, 표정이 스며든 생활의 글씨로 바라봤다. 이를 통해 한글서예의 미적 기준을 정제된 형식과 법도에서 생활성·자유성·조형성으로 넓혔다. 그는 민체를 과거의 유산으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조형언어로 재해석했다. 한글 자음과 모음을 독립적인 조형요소로 활용하고 서예와 회화를 결합하는 등 문자예술의 표현 영역을 넓혔다.
전주 톨게이트의 ‘전주’ 현판은 이러한 문자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업이다. 전주로 들어오는 방향에는 모음을 크게 표현해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이미지를, 떠나는 방향에는 자음을 크게 해 자식의 성장과 성공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에 사용된 ‘효봉 개똥이체’를 비롯해 방송·출판·디자인 분야에서도 그의 글씨는 널리 알려졌다. 국립전주박물관과 전주역사박물관, 전북도립미술관 등 공공 공간에도 고인의 글씨가 남아 있다.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초대 및 제2대 회장을 맡아 서예를 생활문화와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국제교류에도 힘썼다. 한중수교 이전인 1989년부터 중국과 교류하며 각지를 답사해 금석문과 탁본, 민간서체 자료를 수집·연구했다. 1999년에는 중국 루쉰미술학원 객좌교수로 활동하며 중국미술을 연구했고, 이후에도 한중 서예·미술 교류를 이어갔다. 고인은 전통을 답습하기보다 그 안에 축적된 삶의 미감을 오늘의 예술로 되살리는 데 평생을 바쳤다. 민간 한글서체를 재발견해 현대적 예술언어로 발전시킨 그의 작업은 한국 현대서예의 다양성을 넓히고 한글 문자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빈소는 서울성모장례식장 31호실이며, 발인은 18일 오전 5시다. 장지는 천안추모공원을 거쳐 전북 진안 백운 선영이다.
I.Do--SG